Pop kids
Nostalgia
Wonder-full town
ID
Topside
     Text       CV
[NEWS PLUS, 미술속의 性] 21 Nov 1996 _최윤정의 ‘a man a woman'
_최금수 큐레이터
 

우리 만남은 ‘사람’이 아니야

아직 가족혼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배우자 선택이 당사자들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배우자 선택이 곧바로 결혼으로 연결된다는 강박으로 인해 가능할 수 있는 수많은 남녀관계달이 원천봉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요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이혼율은 과연 배우자 선택에서부터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런 엄청난 통계가 나올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마저 생기게 만든다. 물론 각자의 경우가 다를 수 있는 사생활이겠지만.
최윤정의 「a man a woman」(1996)에서는 서로 전혀 모르는 관계에서 출발한 남녀가 사회한한 배우자로 설정되면서 의식하게 된 몇 가지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중앙에 자리잡은 벌거벗은 남녀의 몸이 눈에 들어온다. 이사진에서는 모델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므로 시선과 생들은 육체의 다름으로만 모아진다. 그리고 이 다름이 대비되어 서로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차가운 은빛으로 처리된 이 사진은 냉담하게 육체만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벌거벗은 남자와 여자는 사탄의 유혹에 빠져들기 이전의 아담과 이브처럼 당당하게 서있다.
그러나 좀 더 관찰해보면 이 사진에서도 암암리에 사회화해버린 남과 여를 읽을 수 있다. 남자는 팔을 앞으로 내놓고, 여자는 팔을 뒤로 숨기고 있다. 그리고 남자는 담담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팔짱을 끼고 있으며, 여자는 야릇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분명 여자의 포즈는 누군가의 관심을 원하는 듯 보인다. 이에 비해 남자는 자신이 선택해야 할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곧바로 그 생각을 실행할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여자도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해바라기처럼 상대의 주위를 맴돌며 받아들여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결국 선택하는 사람과 선택받기를 원하는 사람의 관계가 성립된다.
또 이 벌거벗은 남녀의 주변에는 몇 개의 액자가 걸려있다. 여자 쪽의 노란 아기인형 사진은 출산과 관련되어 꾸려지는 가족을 상징한다. 투명한 실리콘으로 덮인 아기는 보호되어야 할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가정용 코카콜라병은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을 바라고 있다.
남자 쪽에는 한 칸의 책꽂이 사진만이 낮게 걸려있다. 이 작은 책꽂이 안에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가지런히 채집되어 있다. 항상 자기의 곁에 잡아두어야 안심이 되는 남자의 집착이 읽힌다. 물론 경쟁, 조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갖가지 정보들로 자신을 무장하고 있음을 뽐내보려는 욕심도 섞여있다. 이는 상대가 바라는 코카콜라를 얼마든지 보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 남녀 쪽에는 적지 않게 하얀 벽이 남아있다.

최윤정은 1972년에 태어나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타임캡슐전, 붕어꽃전, 의식의 확산전 등에 참여하였다. 도시정서가 확연히 드러나는 그의 작업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물이나 사물의 이미지들이 새롭게 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