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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비실재(real/unreal)의 경계에 대한 네가지 단상
_이승훈(사이미술연구소)
 

각기 고유의 영역에서 작업해오던 네 명의 작가들이 한가지의 주제에 대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방식으로 한 공간 안에서 조형적 대화를 시도하는 전시를 갖게 되었다. 팝아트적 이미지들 가운데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하는 최윤정작가, 각종 센서가 설치되어 있는 인터렉티브적 공간을 만들고 여기서 개별적 경험으로부터의 기억 감정을 포착해내는 강해인작가, 흔들림과 균형사이에서 어떠한 증상과도 같은 개인의 내적 집착의 징후를 캐릭터로 대체시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백경호작가, 그리고 지난 10여년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세밀하게 그려가며 물질과 생명력의 경계에 대해 탐색해 왔고 이제 인간,물질,자연을 지탱해준 에너지 혹은 생명력을 그려나가고 있는 오정일 작가가 그들이다. 이들이 이번 전시에서 선택한 실재/비실재(real/unreal)라는 명제는 한편으로는 무거운 주제일 수 있으나 이들은 각기 판타지(fantasy), 시뮬라시옹(Simulation), 픽션(fiction), 일루젼(illusion)이라는 소주제를 하나씩 채택하여 실제/비실제에 대한 각자의 단상들을 기존의 자신의 작업들과 연관시켜 옴니버스(omnibus)식으로 연결시켜 풀어내는 방식을 선택하여 보여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개별작업과 함께 그들의 작업이 서로 마주치며 연관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드러나게 되는 현장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fantasy)
실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은 관찰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적 상황에서 발생하게 된다고 하면 판타지는 실재하지 않는 상상과 공상의 영역에 해당되겠지만 조형적 표현으로 가시화된 회화작품으로서의 판타지는 가상적 영역과 현실적 영역을 매개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는지도 모른다. 작가 최윤정은 이러한 점에서 관찰의 주체가 욕망하는 대상에 대하여 상상적 이미지 혹은 꿈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일종의 화면과 같은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 속 인물의 두 눈을 뒤덮은 안경이라는 일종의 프레임에 담겨진 이 이미지들은 어쩌면 전형화된 캐릭터로 대체된 이 시대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여지는 허상이자 분화된 현실들의 한 국면일 수 있다.

시뮬라시옹(Simulation)
강해인 작가는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된 생각이나 감정을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현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도 ‘hailing distance’라는 명제의 작업으로 파이프 구조물 설치작업을 통하여 도시구조 속의 방황하는 인간의 위치를 설치된 조형적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 작업은 엄밀한 의미에서 하이퍼리얼리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작업방식은 하이퍼리얼리티를 그려내거나 전자적으로 가상체험을 하게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으로 오히려 인터렉티브를 기반으로 한 감각의 파편적 배치는 개별 경험의 경우의 수로부터 공간적으로 마주친 메트릭스적 파생실제의 구획과 그 경계들을 감지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연출시키고 있다.

픽션(fiction) 
작가 백경호는 캔바스안의 이미지들 뿐만 아니라 캔바스 자체를 사람모양이 되도록 하는데 이러한 케릭터를 등장시켜 만들어내는 허구적 이야기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드러내는 도구가 되고 있다. 작가는 사람마다 개별적 증상을 안고 살아가지만, 사회는 이것을 기준으로 사람을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나누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런데 어떤면에서 보면 인간의 내적 균형의 흔들림은 인간의 다중적 인격성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고 동시에 그 자체가 사회구조와 관계속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전시에서도 보여주고자 한다. 즉 작가가 ‘인간의 성기를 매개로 삼아 자의적인 내적 분쇄가 일어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번 작업은 일종의 픽션을 이미지화 하는 작업으로써 인간의 다층적 내면구조과 그 증상에 대해 사회의 분화과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그의 견해를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일루젼(illusion)
앞의 몇가지 예들이 허구와 상상을 기반으로 하였다면 그에 반해 일루젼이라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인식상의 오류를 말한다. 그런데 화가가 2차원 평면위에 3차원적 일루젼 공간을 그려내 보여줌으로써 3차원적 환영을 심어주고자 하였다면 앞의 예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 오정일은 머리카락이나 물줄기가 용솟음치는 것과 같은 극사실적 장면들을 그려낸다. 그러나 작가는 사진적 일상공간이 아닌 회화적 분위기가 짙게 묻어나는 공간위에 이러한 사실적 일루젼의 이미지들을 병치시키고 있다. 작가는 자연속의 인간이나 물질은 하나의 근원적 체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관찰의 대상을 객체로 따로 떼어놓기 보다는 사진적 사실성의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작가의 사유의 흔적이 남아있는 회화적 공간에 수렴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인식의 주체와 물질이라는 대상의 이분법적 구조는 일루전과 같은 착시일 수 있으며 작가적 사유 안에서 하나의 지평을 갖게됨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객관적 대상으로서의 물질을 그려내는 서구적 사실주의가 아닌 대상의 사실성을 물아일체(物我一體)와 같은 동양적 사유의 체계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듯이 보이며 이를 통해 극사실적 회화의 색다른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4명의 작가들의 작업을 보게되면 서로 다른 작업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떤 면에서는 실재 혹은 비실재와 같은 존재적 상황과 일정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때 주체와 대상의 관계 방식에 따라 시각체계 안으로 감지되는 다양한 정보들에 대한 판단은 달라지게 됨을 깨닫게 한다. 이들이 한 공간에서 전시하는것 자체가 조형 형식상 이질적 요소들이 마주치면서 시각적으로 부조화적인 공간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나 반면에 이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자신들의 존재적 위치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조망하고 이것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의 작업과 전시방식은 실재(real)라는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의 경계가 모호한 이 시대에 있어서 시각과 인식의 문제를 조형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시도로 평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