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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라는 통로 혹은 거울로 본 괄호 속 이미지들
_이승훈(사이미술연구소)
 

작가 최윤정의 작업에서는 인위적으로 부각시킨 커다란 안경의 렌즈 속에 익숙해 보이는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그 이미 지들은 대중매체에 의해 알려진 이미지나 매체에서 언젠가 본듯한 이미지들이다.

이 이미지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져서 대중들의 시각적 기억 공간을 채우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에 대중들은 거의 무비판적으로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받아들이게 되는데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미디어라는 시각 프레임에 의해 반복적으로 학습되어진 실체가 바로 현대인들의 욕망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 미디어 환경에서 만나게 되 는 일상적 이미지들에 대한 반응을 회화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는 현대인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사고 싶은 것을 산다기보다는 보도록 만든 것을 보고 사도록 만든 것을 사는 것일는지도 모른다는 작가적 시각이나 혹은 한 번도 보지 못하였어도 언젠가 본 듯한 기시감 속에서 선택하고 느끼며 사고하는 혼돈 속에 있는 현대인의 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표현들을 자주 발견 할 수 있다.

작가가 그려내는 이미지들은 자기비판의 필터 없이 조작되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마치 인공적 형태에 갇혀 있는듯한 느낌으로 그려져 있다. 이것은 안경을 쓰고 있는 인물의 이미지나 안경 속 이미지 모두가 그러하다. 그 두 부류의 이미지는 다만 안경을 경계로 하여 구획 되어져 있을 뿐이다. 안경에 반사된 이미지와 인물 이미지는 프레임을 경계로 관계 맺고 있지만 인공적인 공통의 느낌과 달리 안경이라는 프레임을 경계로 서로 다른 층위를 지시하게끔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작가는 안경이라는 특정한 도구 위에 이러한 이미지들을 올려놓고 이를 정면으로 마주치도록 확대하고 부각시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세계를 파악하고 자신의 일관된 가치체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프레임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철학자들은 ‘세계관’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다시 말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경과 같이 세계를 보는 프레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안경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세계를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이 어떤 색의 안경, 또는 어떤 형태의 안경을 갖고 있는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주관적 시각을 보편적인 것으로 오해하거나 고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최윤정은 마치 이러한 안경이라는 시각 프레임 자체를 자각하게 하는 거울을 보게 하려는 듯 현대인들의 얼굴위에 안경과 여기에 비춰진 이미지들을 하나의 아이콘처럼 전면에 등장시켜 그려 내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나 여성 혹은 남성은 현대 문화를 배경으로 각기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사실 이들은 미디어라는 권력 구조 아래 스테레오타입화 된 상징적 이미지에 불과하며 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준 욕망의 아이콘들일 뿐이라는 것을 작가는 그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현대인의 시각방식을 인물의 표정뿐만 아니라 안경이라는 상징적 물체를 선택하고 이것을 창이라는 프레임으로 변형시키거나 TV나 모니터의 프레임과 유사한 스타일을 그 위에 덧씌워 이 프레임들의 다양한 모습이 하나의 컨텍스트가 되어 욕망적 아이콘들과 마주치게 만드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모호하고 어색한 상황에 관객을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 최윤정의 작품은 과거 영․미 팝아티스트들에서 거론되는 상품미학에 대한 대안 제시나 소비문화에 편승한 상업주의 미학이라는 코드로 읽기보다는 매스 미디어라는 구조가 만들어낸 현대인의 욕망이라는 실체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회화적 장치를 만들어 그 의미를 찾고자 하는 작업으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작가는 ‘표현된 내용의 내러티브가 어떠한 것이냐’라는 것보다는 표현된 형식이 갖고 있는 구조 자체를 통하여 현대인들의 ‘시각방식’ 혹은 ‘욕망구조’를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며, 이때 매스 미디어적 환경 속에서 조작된 욕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의 해석에 대하여는 이미지 자체의 지시적 의미 보다는 그 이미지가 드러나는 조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윤정 작가는 시각 프레임과 아이콘이 마주치는 다양한 조합으로부터 발생되는 파생 의미로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아래 던져둠으로써 작가 자신은 판단을 유보하되 안경이라는 시각 프레임으로서의 괄호와 내부 이미지의 관계 확장성은 무한히 열어 놓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는 안경이라는 프레임이 동일한 세계에 대해 무수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들 듯 특정한 인물과 그 인물의 안경에 비친 세계라는 두 개의 구조를 동시에 자주 보여주었던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것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시각 프레임에 의해 이들의 관계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사각의 캔바스 위의 그림과 안경에 비친 그림이라는 이중적 구조, 즉 괄호 안의 괄호라는 흥미로운 구조를 관객이 만나도록 하여 그들이 의미의 무한궤도를 옮겨가면서 시각의 괄호적 구조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듦으로써 특정한 안경에 의해 걸러진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중매체 시대에 있어서 시각에 있어서 프레임이 갖는 구조의 의미와 한계를 관객 스스로 자각 하도록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