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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세계, 그림에세이] july 2011_어린 시절 나는 공주가 되고 싶었다.
_최윤정
 

어린 시절 나는 공주가 되고 싶었다. 텔레비전과 동화책 속의 백설공주, 평강공주, 요술공주의 삶에는 언제나 행복이 가득했다. 공주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학교에 가고, 숙제를 하는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나도 그런 행복한 공주가 되고 싶었다. 텔레비전 속의 프린세스 다이애너는 나의 꿈을 이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마이클잭슨과 괴도루팡의 나라에 살고 싶었다. 그들은 항상 멋진 모습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듯 보였고, 그들의 나라에는 즐거움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과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 환상적인 모험의 나라에 사는 꿈을 꾸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텔레비전과 추리소설을 보면서 기뻐했다.

나는 그렇게 프린세스, 루팡, 마이클잭슨이 되는 꿈을 꾸었다.
그렇다고 현실이 절망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기와 바깥 놀이,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쯤 먹는 롯데리아 새우 버거와 코카콜라는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는데, 햄버거와 콜라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유명 스타들이 걸치고 광고하는 불필요한 물건들은 사들였다. 물건 값을 지불하는 그 순간 나는 매달 지출내역을 확인하며 한숨짓는 내 모습 보다는 광고매체의 그들처럼 멋진 모습이 된 내 모습에 에 더 만족하고 환호했다.

한번은 회사에서 몇 십 만원의 상금을 걸고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했다. 대회 기간 동안 거의 모든 직원이 헤드폰을 쓰고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는데, 사무실에는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놀라운 에너지와 생명력이 가득했다. 평소에 의자 등받이에 기대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사람들이 점점 모니터 쪽으로 다가갔는데, 모니터 속의 전장에 기어 들어갈 기세였다. 그렇게 나와 동료들은 현실과 환상의 나라 그리고 꿈나라, 세 개의 세상을 살고 있었다.

현대의 신화와 욕망이라는 주제로 다소 익살스럽고 시니컬하게 구성한 ‘판타지랜드’는 나에게 작업이라는 현실의 세계이면서 환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현대의 신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의 노동과 희생, 좌절, 고통이 따를 것이다.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매우 추상적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화의 세계는 달콤하고 매끄럽고 웅장하고 멋지다. ‘판타지랜드’는 그런 환상적인 세계를 꿈꾸며 현대를 사는 우리의 초상이다.